
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발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 위법하게 이뤄진 정책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재판부 3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부과한 상호 관세 조치를 무효로 했다. 해당 판결 확정 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남짓 높아지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한국은행이 이날 전망하기도 했다. 해당 판결 확정 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남짓 높아지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한국은행이 이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헌법상 과세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부여됐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근거로 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1977년 제정)이 쟁점이 됐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부과할 수 있는 경우는 ‘이례적이고 보기 드문 위협’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에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조치가 해당 법이 부여한 권한을 초과했다고 법원은 지적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상호) 관세 부과 권한은 기간이나 범위 측면에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다”며 “IEEPA에 따라 대통령에게 위임된 관세 권한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 보복 관세는 법에 위반되고 초법적”이라며 “이 관세 명령은 취소되며, 그 효력은 영구히 금지된다”고 판시했다. 지금까지 징수한 관세도 취소하도록 했다.
국제무역법원은 무역 분쟁에서 발생한 민사 사건을 담당한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로 구성됐다.
앞서 미국 소재 5개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기업들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기업들을 대리한 비영리단체 리버티 저스티스센터도 미 헌법이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확히 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 측 변호인단은 앞서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IEEPA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특정 상황에서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합법적으로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주를 포함한 12개 주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소송 원고에는 네바다, 버몬트 등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주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지난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중단해달라는 단독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의 영향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상호 관세 외에도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다른 관세도 무효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 국가 안보 명분으로 부과한 품목 관세는 판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판결이 ‘사법 쿠데타’라며 항소 뜻을 밝혔다. 항소심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맡는다. 이후 불복 시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