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4개월 만에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2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는 미국 관세 부과 직격탄을 맞아 지난달 큰 폭의 수출 감소율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5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572억7000만 달러(약 79조원)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올 1월 이후 4개월 만의 월간 수출액 전년대비 감소다. 다만 조업일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 증가한 2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철강·자동차를 중심으로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기간 대미 수출액은 100억 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8.1% 감소했다. 특히 2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수출액(18억 4000만 달러)은 32.0%나 줄었다. 이는 트럼프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던 지난 4월 기록했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감소율(19.6%)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5월 전체 자동차 수출(62억 달러)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부진 속 전년대비 4.4% 줄었다. 같은 기간 대유럽연합(EU) 자동차 수출(5억 7000만 달러)이 전년보다 37.6% 늘어나는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선전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철강(25억 6000만 달러·12.4%↓)과 자동차부품(16억 6000만 달러·9.4%↓) 등 미국으로부터 25% 관세를 부과받은 품목 수출 역시 큰 폭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유가가 10% 이상 떨어지면서 석유제품 가격과 석유화학 수출 단가가 떨어진 영향을 받아 일제히 감소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9% 감소한 3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20.8% 감소한 32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104억 2000만 달러)와 대아세안 수출(100억 1000만 달러)도 전년대비 각각 8.4%, 1.3% 감소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그나마 선전하며 전체 수출 감소 폭을 줄였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137억 9000만 달러로 5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DDR 4·5, 낸드 등 주요 반도체 시세가 오른 데 힘입은 결과다. 무선통신기기(13억 달러·3.9%↑)와 컴퓨터(10억 달러·2.3%↑) 등 반도체 외 IT기기 수출도 대체로 선전했다.
바이오헬스 수출(14억 달러·4.5↑)은 바이오 의약품 수출(9억1000만 달러·13.7%↑) 증가세에 힘입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선박 수출도 4.3% 증가한 22억 달러(약 3조400억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