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판매(직판) 체제를 강화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초기 비용은 더 들어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 증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스페인에서 직판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스페인 유통 파트너사(컨파마)와 협의를 거쳐 현지법인 주도의 직판 체제로 전환한 것. 또 지난해 말에는 스위스 제약 유통사(아이콘)를 인수하며 현지 직판에 착수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2020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전 제품에 직판 전환을 추진해왔다. 하태훈 셀트리온 유럽본부장이 셀트리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법인의 성장 배경으로 직판을 통한 소통을 꼽기도 했다.
미국 시장 판매 구조도 2023년부터 직판 형태로 바꾼 셀트리온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직판에 대해 “각 국가 내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다년간 쌓은 시장 경험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도 미국 직판 플랫폼을 기반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대표적으로,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1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SK바이오팜 측은 “미국 직판 체계를 토대로 더 정교하고 유기적인 환자 중심 접점 확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내 직판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 추가도 연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구축된 현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신속한 시장 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를 유럽에서 직판 중이다. 에피스클리는 솔라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적응증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등이다. 제약사 중에는 GC녹십자가 미국 법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판매하고 있다. 알리글로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획득했다.
주요 바이오 업체와 전통 제약사의 이 같은 직판 체제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현지법인이나 의료계 네트워크 등 초기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파트너사 대상 수수료를 절감해 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본사 마케팅 전략을 현지에서 시행함으로써 영업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